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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촌 여행 가이드: 골목 끝에서 만나는 진짜 서울의 매력

꼭이루리 2025. 8. 31. 13:07

서울의 중심, 경복궁 서쪽에 자리한 ‘서촌’은 겉보기에 조용하고 한적하지만, 골목을 한 걸음씩 내디딜수록 속 깊은 이야기가 쏟아지는 동네입니다. 화려한 상업지구는 아니지만, 오래된 서울의 정취를 간직한 한옥, 따뜻한 손맛이 담긴 맛집, 감성을 자극하는 카페까지… 진짜 ‘서울’을 보고 싶다면 서촌이 정답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서촌을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를 위해 놓쳐서는 안 될 명소, 현지인이 사랑하는 맛집, 감각적인 카페를 중심으로 서촌 여행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서촌골목풍경
서촌 골목

서촌이 특별한 이유

서촌은 ‘서쪽 마을’이라는 뜻으로, 경복궁의 서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중인 계층이 많이 살던 곳이며, 지금도 도시재생과 전통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입니다. 좁은 골목을 따라 늘어선 한옥들과 담벼락 너머 감도는 나무 냄새는 이곳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유명 관광지인 인사동, 북촌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서촌은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나만 알고 싶은 서울’이라는 인상을 주는 곳입니다.
 

서촌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

1. 청운효자동 골목길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이 골목은 옛 한옥이 늘어선 조용한 거리입니다. 화려한 간판도, 인파도 없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곳의 매력입니다. 오래된 나무 문, 조용히 열려 있는 창문 틈새로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2. 통의동 백송

‘백송’은 600년 된 고목으로, 서촌의 역사와 함께 존재해 온 나무입니다. 통의동 골목 중간에 위치한 이 나무는 현지인들에게는 소원을 비는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별다른 관광지 같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이 나무 앞에 서면 왠지 모르게 엄숙한 기분이 듭니다.

3. 대오서점/ 서촌, 그 책방/ 피스북스 등등

1951년에 문을 연 서울의 오래된 서점 중 하나로, 현재는 독립출판물과 아트북, 레트로 감성의 포스터 등이 가득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낡은 간판 하나조차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에서 세월의 멋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촌 그책방은 붐비는 길을 벗어나 골목 돌아서면 한옥집들이 늘어선 한가한 골목에 위치해 있으며 쥔장의 매력을 다 담은 듯한 곳입니다. 자그마한 마당과 화분들도 말을 걸고, 쥔장의 후기가 부착된 서가에 늘어선 책들은 나도 모르게 손이 가게 만듭니다.
누상동에 위치한 피스북스는 서촌의 개성있는 책방의 하나로  책방명 그대로 '평화'를 이야기하고 전하는 곳으로 수성동 계곡에서 가깝습니다. 다양한 동아리 모임도 있고, 동물에 관련된 책도 많은 분위기 좋은 책방이자 카페입니다.
 

피스북스
피스북스

4. 예술가의 집-박노수미술관, 이상범가옥, 이상의집

 박노수화백의 작품은  한국화 1세대 작가로 기존 수묵화에서 보기 힘든 쪽빛을 감각적으로 채색한 산수화로 유명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화가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집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과 수석 등이 유명합니다. 이상범가옥은 1930년대에 지어진 근대식 한옥으로 작지만 찬마루를 가지고 있는 양식으로 작은 쪽마루에서 쉬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상범화백은 동아일보의 미술기자로도 활동했으며, 현진건 작가와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를 처음 삭제한 일로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청전이상범가옥
청전이상범가옥

 

5. 수성동 계곡

종로 09번 버스 종점에서 내리면 펼쳐지는 곳이 수성동계곡입니다. 어릴 적 미술교과서에서 많이 보던 인왕산자락입니다. 비가 많이 올 때 가면 계곡에 물 내려가는 소리가 수성동 계곡의 이름을 확인시켜주기도 합니다. 계곡에 앉아 발을 담그는 분들도 보았습니다. 서울 한가운데 이런 계곡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서촌 맛집 추천: 현지인이 인정한 진짜 밥집

1. 누하의 밥상

정갈하고 소박한 한식 백반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나물 하나, 된장국 한 그릇도 허투루 나오지 않습니다. 서촌에서 일하는 작가나 예술가들이 자주 찾는 맛집으로 유명하며, 메뉴는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뀝니다.

2. 통인시장 기름떡볶이

서촌을 여행하면서 통인시장에 들르지 않는 건 너무 아쉽습니다. 특히 통인시장 안의 기름떡볶이는 이 동네의 명물입니다. 매콤하고 고소한 떡볶이에 김가루를 솔솔 뿌려 한입 먹으면 중독됩니다. ‘도시락카페’에서 엽전으로 반찬을 고르는 재미도 놓치지 마세요.

3. 라면 맛집 ‘라라면’

골목 한편에 자리한 라라면은 단순히 라면을 끓이는 곳이 아닙니다. 직접 만든 육수와 토핑, 감각적인 플레이팅으로 ‘라면의 재발견’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간단한 요리를 예술로 승화시킨 이곳은 젊은 감성 여행자들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서촌 카페 추천: 감성과 향기로 머무는 시간

1. 카페 랩라운지

통유리 창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이 공간은 복층 구조로 되어 있어 혼자 조용히 글을 쓰거나 독서하기 좋은 곳입니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는 물론, 디저트도 뛰어나며, 테라스 좌석에서는 서촌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2. 카페 산모퉁이

한옥을 개조해 만든 이 카페는 마당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단풍이 드는 계절이면 마당의 색감이 영화 속 장면처럼 펼쳐집니다. 조용한 음악과 함께 차를 마시는 시간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3. 오월의 종

이곳은 고요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핸드드립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작은 디저트 하나까지 정성이 느껴지는 공간이며, 책을 들고 천천히 머무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걷기 좋은 골목 추천: 하루를 천천히 채우는 법

서촌의 진짜 매력은 목적지가 아닌 ‘길’ 그 자체에 있습니다. 자하문로에서 필운대로를 따라 걷는 코스는 각종 독립서점, 소규모 갤러리, 공방, 전통 찻집이 줄지어 있어 하루를 천천히 채우기에 충분합니다. 골목길은 서촌만의 매력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근대식한옥의 특이한 오래된 타일들, 새로 지은 한옥의 멋스러움, 리모델링한 특이한 색깔의 대문들과 문고리, 골목 한편에 심겨 있는 파, 고추, 깻잎과 백일홍과 채송화들. 그리고 탐스러운 포도송이들과 사과나무에 달린 파란 사과들과도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모든 작지만 결코 작지 않고 소중한 것들이 서촌을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벽화, 작게 틀어 놓은 클래식 음악, 문 앞에 놓인 자그마한 화분들 모두 서촌의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서촌은 여러 번, 느리게, 오래 즐겨야 보입니다

서촌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멋진 포토존을 찾는 여행지라기보다, 소리 없이 다가와 마음에 머무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계획 없이 걷다가 들어간 가게에서 뜻밖의 소품을 발견하고, 우연히 들어선 골목에서 오래된 서울을 마주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서울의 속도에 지친 여행자라면, 서촌은 완벽한 쉼표가 되어 줄 것입니다. 이곳에선 천천히 걷고, 오래 머물며, 깊이 들여다보는 여행을 해보세요.


서촌 그 책방
서촌 그 책방
서촌 그 책방
서촌 그 책방